맑음의 역설, 아라시야마에서의 하루

<10월 5일, 여행 셋째 날>

아침부터 눈이 부셨다. 맑은 날씨, 파란 하늘에 흰 구름, 그리고 따사로운 햇살까지. 여행 중에 흐리거나 비가 오는 것보다는 이런 날씨가 더 낫다. 무엇보다 사진이 예쁘게 나오니까. 오늘은 이런 완벽한 날씨에 딱 어울리는 곳, 교토 교외의 아라시야마로 향하기로 했다.

대나무 숲 치쿠린, 카츠라강, 도게츠교, 그리고 향긋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아라비카 카페… 맑은 날 떠나기에 제격인 장소들이었다. 하지만 내 짝궁의 몸 상태가 아직 완전하지 않아서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교토까지 와서 약만 먹고 누워 있을 수는 없잖아? “힘내봅시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런데… ㅠㅠ
이날이 이번 여행 중 가장 힘든 날이 될 줄이야.

맑은 날씨는 분명 좋았지만, 너무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여름이 돌아온 듯한 더위에 땀이 줄줄 흘렀다. 옷도 가을 느낌으로 챙겨왔는데, 너무나도 더운 하루였다. 게다가 토요일이라 아라시야마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붐볐다. 식당과 카페는 줄줄이 대기 상태. 지치기 시작했다.

더위와 인파에 지쳐가던 나도 힘들었지만, 내 짝궁은 더 힘들어 보였다. 속이 좋지 않아서 제대로 먹지도 못한 탓에 금세 지쳐갔다. 한국이라면 집으로 돌아갔겠지만, 우리는 여행객이었다. “여행자답게 최선을 다하자!”라는 생각으로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럼에도 짜증이 올라오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맑은 날씨가 이렇게 별로일 수 있다니!”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차라리 흐린 날씨였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그 순간 깨달았다.
“모든 일이 그렇듯, 행운도 불행도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는 것. 결국 지나고 보면 감사하게 되는 일도 있다.”

그렇게 아라시야마에서의 하루는 한마디로, 별로였다.


그래도, 저녁은 선물 같은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서로 동의하며 숙소로 돌아와 바로 씻고 낮잠을 잤다. 조금 쉬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다. 저녁은 교토역 근처로 나가서 먹기로 했다. 저녁 바람은 시원했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교토의 야경은 발걸음을 유혹했다. 산책하듯 걷다 보니 저녁 공기가 무척 상쾌했다.

저녁 식사는 정말 맛있었다. 함께 웃으며 식사를 하고, 다시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하루를 돌아보며 깨닫는다. “변덕스러운 날씨도, 변덕스러운 내 마음도, 모두 여행의 일부라는 것을.”

모든 일이 그렇듯, 행운도 불행도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는 것.

  • 대나무 숲 치쿠린
  • 카츠라강
  • 도게츠교
  • %아라비카 카페

아라시야마 도케츠교

아라시야마 모밀 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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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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